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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미리내 가게'
 
"하루는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오셨어요.
노숙하시는 분인 것 같았는데 버리는 빵 있으면 조금만 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세트로 드셔도 된다'고 했더니 오히려 너무 당황하면서 아니라고 한사코 거절하시더라고요.
손님들이 미리 돈 내고 간 거라는 설명을 듣고도 저한테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셨어요.
정말 제가 한 건 하나도 없는데..."

지난 23일 찾은 종로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작은 수제 햄버거 가게 '민토앤그릴'에는
햄버거 세트 7개의 값이 미리 치러져 있었다. 누구나 와서 '그냥' 먹고 가면 된다.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따뜻한 햄버거와 샐러드, 감자튀김을 바로 만들어 내준다고 했다.

가게가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먼저 와서 식사를 한 손님들이 자신의 음식 값을 지불하면서,
언젠가 올 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 하나 더 사놓고 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리 내놓은 돈은 '미리내' 쿠폰으로 적립된다. 가게 주인은 쿠폰을 맡아 놓고 있다 식사를 내준다.
손님들의 작은 선행을 대신 전달해주는 역할이다.

'미리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맡겨 놓은 커피)'운동의 한국식 변형이다.

현재 전 세계 주요도시로 확산되고 있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됐다.
카페 손님들이 커피 값을 선불로 내놓고 노숙인들이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 데서 착안했다.
스타벅스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커피 프랜차이즈 '로티보이'가 직영점을 중심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지난 달 말부터 '미리내 가게'가 경남 거창에서 시작된 것.
카페 뿐 아니라 삼계탕집, 족발집, 목욕탕, 미용실 등 다양한 자영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민토앤그릴은 '미리내 가게'의 서울 1호점이자 북촌 1호점.
이 자리에서 7개월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 박연진씨는 지난 14일 미리내 가게 시스템을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주변 지인들, 미리내 가게 동참자들이 11개 세트를 미리 내놓고 갔다.

박씨는 "사실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했는데 1주일간 쿠폰이 줄어들 질 않았다"며
 "내 돈이 아닌 걸 맡아 놓고 있는 기분에 빨리 써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 때 찾아왔던 첫 손님이 노숙 할아버지.
때마침 단골손님에게 미리내 쿠폰에 대해 설명하고 있던 참이었다.
남는 빵이면 되니 새로 만든 것은 필요 없다는 할아버지에게
기어코 햄버거 세트를 포장해서 안기고 나서야 '아, 이런 것이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첫 번째 쿠폰이 나간 날, 3장의 쿠폰이 더 나갔다.
한옥마을 근처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3명이 지나가던 길에 창문에 붙어있는 표지판을 보고 들어왔던 것.
그동안 메뉴 가격만 보고 지나가는 학생들이 못내 안타까웠던 터라 내심 반가웠다고 박씨는 말했다.

"근처 학교가 3개인데, 입소문이 나서 학생들이 많이 먹으러 오면 좋겠어요.
학생 용돈으로는 비싸지만 가격을 더 낮추기도 어려웠거든요."

이제 막 시작된 낯선 방식의 운동이라 우려의 시선도 있다.
박씨 역시 미리내 가게를 시작하면서 지인으로부터 '손님들이 선의로 맡겨놓은 것인데
형편이 어렵지 않은 사람까지 악용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 어린 질문을 받았다.

그는 "누가 쿠폰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선불을 지급하는 행동 자체로 뿌듯함을 느끼고,
박씨는 그 쿠폰으로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
그렇게 앞선 손님의 선행으로 배를 불린 사람은 여건이 될 때 또다시 다른 사람을 위해
쿠폰을 적립해놓고 가면 된다. '기부의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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