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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중노송동 '홍화연'

도예가와 짬뽕은 얼핏 조합이 잘 안 된다. 전주의 짬뽕 집 '홍화연' 주인장은 흙을 반죽하고 물레를 돌리는 현역 도예가다. 이인희(47) 사장은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도자기가 밀려오면서 국내 도자기 산업이 무너지자 안정적인 생활의 방편을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작품 활동을 위해 일찌감치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외식업종 가운데 개인적으로 짬뽕을 좋아했던 터라 중식을 배우기로 했다. 그런데 대학을 나온 사람이 주방 일을 배우겠다고 하자 위장취업자인 줄 알고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더구나 주변에서 일식이나 양식에 비해 중식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어서 마음고생도 많았다.    

이씨는 작은 중식당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어깨 너머로 중식 조리를 배우기 시작, 전주의 유명 중식당과 호텔 중식당 주방을 거쳤다. 마침내 10년 전, 작은 가게를 얻어 처음 개업하고 작년에 지금의 장소로 이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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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돈짬뽕' 등 재료의 맛 살린 개성 만점 짬뽕 다양해

이 집은 여느 중식당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 통 중식당 메뉴판을 보면 두 줄로 빼곡히 적혀있는데 이 집은 여러 가지 메뉴와 요리를 자제하고 짬뽕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흑돈짬뽕, 해물짬뽕, 볶음짬뽕(물짜장)을 비롯해 나가사키 짬뽕, 홍합짬뽕, 짬뽕국밥 등 개성과 맛이 다른 짬뽕이 다양하다.

흑돈짬뽕(7000원)은 이름처럼 지리산 청정지대에서 키운 흑돈육이 들어간다. 배추, 당근, 부추, 버섯, 양파 등 각종 채소에 홍합과 숙주나물을 아주 푸짐하게 넣었다. 아삭하게 씹히는 숙주나물이 면발의 아쉬운 식감을 충분히 달래주고도 남았다. 특히 쫄깃하고 부드러운 고가의 남원 지리산 고원흑돈은 육질 뿐 아니라 비싼 만큼 풍미도 뛰어났다.

신선한 새우, 오징어, 홍합, 바지락 등을 넣은 해물짬뽕(7000원)은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이 일품이다. 식재료를 고온에서 짧은 시간에 볶아내 채소와 해물의 조직이 파괴되지 않아 아삭한 식감과 재료의 맛이 살아있고 은은한 불 맛이 구미를 댕기게 한다. 술 마신 뒤의 해장 음식으로도 아주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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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짬뽕(7000원)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주지역에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전주에서는 일명 ‘물짜장’으로 불린다. 전분을 풀어 국물이 탕수육 소스처럼 걸쭉하고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맵다. 각종 채소와 해물이 푸짐하고 얼큰한 맛 때문에 주당들 사이에 안주로도 인기가 높다.

이 집 짬뽕 육수는 북어, 새우, 멸치, 다시마, 양파를 넣고 우린 국물이 기본 원액이다. 여기에 소금 대신 까나리 액젓과 굴 소스로 밑간을 맞추었다.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는 일반 짬뽕에 비해 각종 채소와 해물에서 우러난 국물 맛이 훨씬 도드라진다. 여러 종류의 짬뽕에 이 육수를 넣어 짬뽕마다 한결 깊은 맛이 난다.

우리밀로 짬뽕 만들어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 겨냥

짬뽕의 주원료인 밀가루를 우리밀로 쓴다는 점도 이 집이 다른 중식당과 다른 점이다. 우리밀이 우리 몸에 좋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비싼 가격과 탄력이 떨어지는 물성 때문에 수익을 남겨야 하는 영업점으로서는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장 이씨도 우리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되었지만 그동안 적잖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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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은 이미 외국산 밀가루의 감칠맛과 식감에 익숙해져 있다. 한 때는 찹쌀을 섞어 반죽을 해서 점성을 높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손님들의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지금은 반죽을 소량으로 만들어놓고 주문받을 때마다 제면을 해서 바로 삶아낸다. 일이 많고 번거롭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먹어보니 수입 밀 같은 차진 식감은 아니지만 우리밀 면발의 식감으로는 기대 이상이었다. 더구나 신선하고 질 좋은 고급 식재료 사용과 주인장의 노련한 조리 실력이 엮어내는 짬뽕 맛은 면발의 약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우리밀의 식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건강 식재료로서의 우수성이 뛰어나고 밀 향이 살아있지요. 밀 자체의 구수한 맛도 그렇고․․․ . 우리밀의 단점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점에도 주목해주셨으면 합니다. 외롭고 힘들 때도 있지만 가끔 우리밀을 아끼는 분들이 찾아주시고 격려해줄 때마다 의욕이 되살아납니다."

이 집은 오전 11시 30분에 문을 열고, 평일에는 오후 4시면 닫는다.(주말에는 21시) 주인장 이씨가 밀가루 대신 흙을 개고 그릇을 빚기 위해 자신의 도예 공방으로 가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짬뽕이나 도자기나 불로 완성한다는 점에서 같다. 높은 수준의 맛과 미감을 내기 위해 자신의 정성과 공력을 들여야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각각 육체와 정신의 만족을 목표로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높은 심미안을 가진 이씨에게는 짬뽕과 도자기, 둘 모두 똑같이 귀한 자식이다. 미(美)와 미(味)는 통한다. 이 집 짬뽕 수준이 보통 중식당들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music by - 공간여행/한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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