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는 운전 중 휴대폰을 쥐고만 있어도 벌금 대상이다. 사진은 교통 단속 중인 뉴저지주 경찰.
경찰관과 눈이 마주쳤을 때 핸즈프리 없이 통화 중이었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면 일이 상당히 꼬인 것이다. 심지어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만 있어도
'운전 중 주의 산만한 행위' 명목으로 100달러짜리 딱지를 각오해야 한다.
워싱턴 D.C.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에 관한 한 미국에서 가장 독하게 처벌하는 곳이다.
일단 걸리면 봐주는 법은 없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사용은 불법 근무 중 스마트폰 금지하는 회사도
워싱턴 D.C.처럼 휴대폰을 손에 쥐고만 있어도 딱지를 떼는 곳은 미국에서만 10개주에 달한다.
심지어 워싱턴 D.C.를 비롯한 30개 주에서 초보 운전자와 스쿨버스 운전자는
핸즈프리 장치가 있더라도 일체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워싱턴 D.C.에서 운전 중 모바일 사용에 벌금을 매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핸즈프리 장치가 보급되면서 한때 단속 실적이 줄어드는가 했는데,
최근 들어 연 1만장 이상의 딱지가 떼어지고 있다. 예전처럼 단순히 통화만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각종 정보를 검색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50%에 달한다.
얼마 전 스티븐 스피리그스라는 젊은이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인근에서
'운전 중 산만한 행위'로 벌금을 부과받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의 주장은 "전화를 한 것도 아니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것도 아니고,
길을 찾으러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돌린 것인데 이게 어떻게 불법이냐"라는 것.
스피리그스는 법정에서 지도를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불법이면 차 안에서 지도를 보는 것도 불법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을 맡은 프레즈노카운티 법원은 운전 중 휴대전화로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 결과는 미국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운전 중 쓰라고 만들어놓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처벌 대상이라면 운전 중
음식을 먹거나 오디오를 조작하는 것 또한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미국인은 "우리 부부는 가끔씩 차 안에서 부부싸움을 하곤 한다"며
"부부싸움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을 텐데
부부가 한 차에 함께 타는 것도 단속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운전 중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행위'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주다.
다시 말해 스피리그스의 이번 소송은 법률적으로는 논란의 소지가 거의 없다.
이를 두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가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함으로써 생긴 일종의
'문명충돌'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스마트폰이 일으키고 있는 문명충돌은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일.
숙소가 동이 나 민박을 구했는데 민박집 주인이 몇 시간째 통화가 안 됐다.
알고 보니 민박집 주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근무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가 불가능했다는 얘기였다. 미국에서는 근무 중 스마트폰을 꺼놓아야 하는 직장이 의외로 많다.
급하게 통화할 일이 있으면 회사 유선전화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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