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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외곽에 있는 호텔 하이코(Hotel Haikko Manor and Spa, www.haikko.fi).

영하 150도C의 밀폐된 냉동실 안에서 3분 동안 덜덜 떨고 있다가 방금 나왔다.

그것도 수영복, 벙어리 장갑, 회색 가죽신을 착용한 반라 차림이었다.

다리에 감각이 없다. 팔에 손을 댈 때마다 따끔따끔하고 화끈거린다.

액화질소로 이뤄진 얼음 안개 속에서 호흡을 한 탓에 코털이 얼어붙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여직원이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시작할 때 너무 서둘러

출구 쪽으로 나오다가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했다.

그 여성이 손을 뻗어 잡아줬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얼어붙은 바닥에 달라붙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중 아니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3분이었다.

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다시 이곳에 와서 똑같은 고행을 반복해야 한다.

나는 미용이라는 이름으로 내 몸을 얼린다. 냉동요법(cryotherapy)은

원래 운동선수의 부상 치료법이었지만 최근엔 가장 훌륭한 회춘의 묘약으로 탈바꿈한 듯하다.

이는 신체가 극한의 온도에 노출되면 중추 신경계가 충격을 받아서

평소엔 배출되지 않던 엔돌핀(행복감을 유발한다)과 콜라겐을 생성한다는 이론에 기초한다.

쇼크로 신체가 본래 나이를 잊고 35세 이하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말이다

(콜라겐은 35세부터 생성이 둔화된다).

하지만 회당 4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세 번을 반복해야 한다.

둘째 날엔 하이코 냉동실의 개발자인 마르티 그뢴 박사가 동참했다.

유럽 각지에 비슷한 냉동실이 몇 군데 있지만 최대 전문 피부학회의

의학적 연구에 기초한 클리닉은 하이코뿐이다.

빨간색 트렁크 수영복을 입은 그뢴 박사의 눈썹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고

입술은 푸르죽죽하게 변했다.

그는 내 고통을 잊게 하려고 이 요법의 과학적 배경을 설명한다.

처음 15초 동안 피부의 혈액이 장기를 따뜻하게 보호하려고 이동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나올 때 펌프질하듯 몸 전체를 힘차게 순환하면서

피부 세포를 수축하고 팽팽해지게 한다. 하지만 나는 박사의 말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신나는 노래를 부르면 시간이 잘 간다고 말했다.

사실 추위 자체보다는 냉동실에 있다는 공포감이 더 크다.

영하 150도C는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에 겨울 날씨와는 다르다.

셋째 날엔 헤비급 복서 두 명이 함께 들어갔다.

그들은 두려움을 떨치려고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면서 “가자, 하자”고 외쳤다.

몇 시간 뒤 내 피부가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밤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서자 핀란드 종업원이 물었다.

“피부를 어떻게 한 거예요? 빛이 나네요.” 게다가 나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자전거를 빌려 타고 8km를 달려서 시내로 나가 와인 한 병을 사왔다.

나는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지만 하이코에는 시간의 태엽을 다시 감는 방법이 있다.

적어도 얼마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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