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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례하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마치 서로의 생사여탈권이라도 얻은 듯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

사생활을 간섭하고 가치관을 뒤흔들려고 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런 행동을 모두 정당화하려고도 한다.

언젠가부터 조심성을 잃어버린 사랑이 그 본래의 아름다운 낭만과 존중을 조금씩 잃어가는 느낌이다.

태도는 사랑을 전하는 가장 중요한 언어다. 연애 사례를 수집하다 보면,

깍듯하게 서로 예의를 갖추던 두 사람이 친밀감의 표현으로 말을 놓는 순간,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는 걸 종종 본다.

호칭이 편해지고 대화가 가벼워지면서, 두 사람의 정서적 거리는 가까워지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는 잊어버리게 되는 식이다.

상대방 나이가 12살쯤 많다 해도 반말은 기본이고, 싸움이라도 시작되면 흥분 상태의 격앙된 감정이 과격한 단어를 내뱉는다.

이쯤 되면, 넘지 못할 선 따윈 없다. 세상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할 사랑이 직장 생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대상이 되거나,

이성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언어의 실험장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랑이 어느 순간 전쟁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알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서로를 존댓말로 대하라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고, 고루한 이야기인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다시 꺼내 읽는 건 문학 감상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 연애에 '옥희'를 등장시켜 애틋한 감정을 교환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이다. 더구나 쉽고

간결한 언어를 통해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는 신호로 오해될 여지마저 있다. 적당한 타협지점은 없을까?

혹자는 뜨거운 커피 이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커피 뚜껑 이론'이 떠오른다. 일회용 컵에 뜨거운 커피를 넣고,

뚜껑을 씌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커피가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뚜껑을 씌운 커피를 마실 때 사람들은 좀 더 조심스럽게 마시곤 한다.

커피의 온도가 시각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아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종종 이 이론을 들려주면서 가능한 한 서로에게 말을 놓는 타이밍을 늦추라고 권하곤 한다.

말이란 한 번 놓으면 다시 올리기 힘들지 않나. 그렇다면 두 사람이 서로의 생활 패턴과 연애관을 숙지하고,

이 연애를 현재 진행형에서 미래형으로까지 발전시킬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까지 미루는 것이 좋다.

필 콜린스의 80년대 히트곡의 제목처럼 '사랑은 서두를 수 없는 것(You can't hurry love)'이니까.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섣부르게 눈앞의 상대를 운명적 만남이라 단정짓고 전속력으로 사랑을 나누다가,

뒤늦게 상대방의 팍팍한 성격이나 심각한 감정기복에 놀라 '아차'하고 후회를 하던 것을.

설령 서로에게 꼭 맞는 사람이라도 브레이크 페달을 너무 일찍 놓아버린 나머지 과속 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

준비 되지 않은 상대에게 많은 요구사항을 쏟아내면 버거운 나머지 도망칠지도 모른다.

뜨거운 커피를 단숨에 들이켤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뜨거우니 주의하시오'란 안내문을 읽으면서 버드나무 잎이 동동 뜨는 우물물을 마시듯

'후후' 정성스레 입김을 불며 천천히 음미해 마시는 게 좋다.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심스런 말투, 기분 좋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를 신중하게 추리하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판단 미스, 너무 일찍 무너진 자세 때문에 평생 꿈꾸던 누군가를 허무하게 잃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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