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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음을 생각하느라 정작 현재에는 충실하지 못했던 내게

미래가 아닌 '지금 이순간'의 묵직한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조금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곡성에 가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렇다. 곡성을 벗어나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순간 멈췄던 시계가 다시 째깍째깍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재래 시장 마니아인 에디터는 곡성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곡성 전통시장’에 들렀다.

3년째 대한민국 우수 시장으로 선정되어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바로,

그 표창을 받는 날이라고 한다.
이곳은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의 재래시장이었다. 뙤약볕 아래 일렬로 죽 늘어선 재래시장을 상상했는데,

한옥형 건축과 태양광 발전 시설로 지은 외관을 자랑했다. 여기서 전통 재래시장 풍경과 다르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수십 년의 세월을 시장에서 보낸 내공 만만치 않은 상인들이야말로

이 전통 시장의 진짜배기 보물이기 때문이다.
40년째 묵묵히 대장간 일을 하고 계신 이름도 특이한 ‘황쌍요’ 아주머니의 대장간은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에디터나 포토그래퍼에게는 매우 놀라운 장소였다.

시장 한복판에 대장간이라니! 대장간 아주머니는 가마 속에서 뜨겁게 달군 쇠를 온 힘을 다해 망치로 두들기고 담금질해 뾰족한 낫과 호미를 요술처럼 뚝딱 만들어냈다. 아내와 남편이 정겹게 일하던 이 대장간은

남편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잠시 슬픔에 잠겼지만, 아주머니는 망치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몇 분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불덩어리 앞에서 초연하고 진지하게 일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반대편 뻥튀기 기계 앞에는 나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귀를 막으며 앉아 계셨다. 펑! 하는 소리를 내며 뻥튀기가 쏟아지자, 할머니 한 분이 “얼른, 옷을 이렇게 해서 받으란 말이여!” 하며 뻥튀기 한 움큼을 이방인인 내게 다짜고짜 건네신다.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후한 ‘인심 공격’에 입이 저절로 귀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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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옛 곡성역이 그대로 남아있는 ‘곡성 기차마을’. 근대문화유산 건축물로도 지정된 옛 곡성역은 1933년에 지었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정지된 흑백 사진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이곳을 출발한 증기기관차는 탑승객들을 태운 후 섬진강변과 17호 국도를 거치며 가정역까지 달린다. 그때 그 시절처럼 실제 석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과거의 감성을 공유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곡성시에서 야심차게 추진 중인 레일바이크는 KTX와 새 철도의 등장으로 버려진 철로를 레저용 자전거로 즐길 수 있도록 재탄생시킨 것이다. 곡성의 레일바이크가 다른 지역의 레일바이크보다 유명한 이유는 바로 철길 따라 흐르는 섬진강의 반짝이는 물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섬진강을 따라 레일바이크를 굴리다 보면 어제까지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모든 문제가 절로 사라진다. 기분 좋게 레일바이크를 탄 뒤에는 섬진강을 낀 17번 국도를 타고 전라선 철길 건너 옛 송정마을 터를 찾아갔다. ‘곡성 한옥마을 펜션’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돌담부터 지붕, 외관 모두 제대로 된 한옥과 현대적인 시설이 결합되어 있다.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머신 여행의 종지부는 ‘곡성 섬진강 천문대’에서 끝을 맺었다. 곡성 섬진강 천문대를 찾아간 날은 안타깝게도 늦은 오후부터 비가 내려 돔을 개방하지 않았다. 반짝이는 별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물 좋고 공기 좋은 곡성에서 바라보는 별은 분명 어렸을 적 그 하늘을 생각나게 할 것이다.

1. 우수 시장으로 선정되어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곡성 기차마을 전통 시장.
2. 손으로 직접 반죽해서 끓인 팥칼국수는 시장을 찾는 이들의 코스 메뉴다.
3. 빛의 속도로 만드는 옥수수 깨찰빵.
4. 곡성 기차마을 앞에서 ‘칙칙폭폭’을 외치며 한 줄로 걸어가는 귀여운 꼬마들.
5. 40년째 운영 중인 대장간에서는 못 만드는 게 없다.
6. 곡성 영화 세트장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으며 유명해졌다.
7. 지도를 들고 다음 코스를 계산하고 있는 에디터. 곡성의 관광지는 단순하지만 이정표가 많지 않아 자칫 길을 잃기 쉽다.
8.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영화 세트장 풍경.
9. 레일바이크를 타는 철길에서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0. 힘차게 철로를 달리던 증기기관차. 영광스러운 옛날처럼 달리고 싶은 기운이 축적되어서일까? 바라만 봐도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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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추천! 곡성 1-Day 코스

1 곡성 전통시장 5일을 기준으로 장이 선다(3일, 8일).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입맛을 단숨에 바꿔줄 팥 칼국수부터 깨찰빵, 옥수수, 맛밤 같은 주전부리는 현지인이나 외부인 모두를 만족시킨다. 목포나 여수에서 잡아온 수산물과 아침마다 산에서 부지런히 캤다는 곡성의 명물 버섯까지, 재래시장 주전부리를 종합 세트로 만날 수 있다. 단, 오후 4시쯤 되면 장을 파하니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위치 및 문의_ 전남 곡성군 곡성읍 읍내리 130-19, 061-363-2105

2 곡성 기차마을 시간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옛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차 배경이 되었다던 그 증기기관차의 경우 상행선(가정역에서 섬진강 기차마을)과 하행선(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가정역)이 있으며 편도 10㎞ 길이로 평일, 주말, 공휴일 모두 하루 5회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어른 1일 1회 왕복 6천원, 어린이 5천5백. 레일바이크의 경우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2인승 편도 기준 1만 5천원.
위치 및 문의_ (증기기관차)전남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 720-16, 061-363-6174, www.gstrain.co.kr / (레일바이크) 전남 곡성군 오곡면 침곡리, 061-362-7717

3 곡성 섬진강 천문대 매시 정각과 30분에 1시간짜리 관람을 할 수 있다. 낮에는 태양, 밤에는 별자리 및 천체를 관측하는데 맑은 날 돔을 열어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평일과 주말 모두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하며, 어른 3천원, 청소년 2천원, 어린이 1천원.
위치 및 문의_ 전남 곡성군 고달면 가정마을길 51 곡성군 청소년야영장 지구 내, 061-363-8528, www.starg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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