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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한파가 몰아치던 날, 서울에서 대전을 거쳐 한반도의 중심을 관통하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한참동안 내리달린 후, 다시 남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순천 방향으로 조금 더 가자 사천 인터체인지가 나타났다. 며칠 전 퍼부었던 눈은 경남 함양을 지나 거의 진주 어귀의 산야까지도 하얗게 뒤덮고 있었지만 사천의 산과 들은 햇빛이 닿지 않는 곳마저도 잔설 한조각 내보이지 않는 것이 왠지 따스할 것 같다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차창을 내리자 아주 차갑지는 않은, 신선함이 느껴지는 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고 지났다. 고양이 잠들 한낮의 삼천포항 도시의 모습치고는 작아 보이는 사천읍을 지난 후 20~30여 분을 달려 바닷가 선창이 보이는 삼천포에 도착했다. 서부시장 횟집단지 뒤쪽 ㄷ자 모양의 항구에는 작은 고깃배들이 배의 바닥을 간질이는 바닷물이 차가운 듯 서로의 옆구리를 바짝 붙인 채 파도의 장단에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었다. 햇살이 눈부시도록 내리쬐는 날이지만 바닷바람이 부는 항구는 옷깃을 여미게 했다.
멀리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새벽녘에 도착했을 고깃배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바다 사나이들과 행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항구에서는 탐욕의 눈을 부라리며 물고기 사냥에 나선 갈매기들이 어지럽게 종횡하고 있었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을 숨겨두었다는 ‘대방진굴항’을 지나 서쪽에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실안이 있다. 차 5~6대가 주차할 수 있는 해안도로 옆의 작은 공원에는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따끈한 커피나 어묵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작은 공간을 채운 포장마차들 뒤로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다시 그 뒤로는 햇빛을 반사시킨 바다가 금빛 물결을 출렁이고 있었다. 작은 어선들이 바다를 가르는 황금빛 물줄기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한다. 해질녘이 가까워오며 검게 변한 섬들과 잔잔하게 넘실거리는 황금빛 바다가 평온한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다 타오를 듯한 붉은 해가 곧 섬 뒤로 모습을 감출 무렵, 각산(398m) 봉화대에 올라섰다. 등산객들의 발길도 잦아든 봉화대에서는 자그마한 삼천포의 전경과 삼천포 대교, 남해의 거대한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삼천포 대교 오른쪽의 바다에는 V자 대형으로 이동하던 기러기 무리들이 그대로 바다에 내려앉은 듯한 죽방렴(竹防簾)이 바다의 풍경을 더욱 이채롭게 만들고 있다. 죽방렴은 물살이 드나드는 바다에 참나무로 말뚝을 박고 대나무 발 그물을 부채꼴로 세워 물고기를 잡는 어업방법이다. 남해의 지족해협과 이곳 삼천포 앞바다에서 볼 수 있는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몸을 거의 다치지 않고 신선도가 높아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태양은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섬 뒤쪽으로 조금씩 사그라져갔다. 밝게 빛나던 푸른 하늘이 파스텔 톤 빛깔로 바뀌고, 태양이 둥그런 모습을 감추며 낙조가 이룬 수평선은 밝은 흰빛과 노랑에서, 밝은 주황빛, 어두운 황토빛, 옅고 짙은 갈색까지 다양한 색깔의 층을 이루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밝은 빛을 발하던 금성이 태양을 따라 섬 너머로 사라져갈 무렵, 갈색의 하늘은 노을빛에 검게 타버린 섬들을 조금씩 갉아먹고 주변에는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또렷하던 육지와 섬의 굴곡도 희미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산 아래는 바다와 육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암흑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어둠 가운데서 빛이 도드라져 보이듯 이제 조명을 밝힌 삼천포 대교는 태양이 사라져버린 암흑의 밤바다에서 더욱 밝은 빛으로 다가왔다. 현수교와 아치형 다리는 흰색, 노랑, 빨강, 파랑의 빛깔로 조명을 바꿔가며 밤을 수놓고, 하늘 위에서는 차가운 별들이 겨울바람에 실려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

단청 문양 고운 사천읍성 밤이면 아름다움을 더욱 뽐낸다는 옛 사천읍성 북문의 침오정(枕鰲亭)을 보기 위해 사천읍으로 향했다. 밤이 내린 시내 도로는 자동차들이 가끔 지날 뿐 행인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전날보다 더 차가워진 날씨 때문인 듯했다. 사천읍성은 조선 세종 때 외적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짓밟히는 수모를 겪었다. 남문에는 영화루(永和樓), 동문에는 제경루(薺景樓)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고, 침오정도 북문이 정자였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1988년에 새로 지었으며, 2005년에 단청을 입히고 현판을 올렸다. 진한 어둠 속에서 침오정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총 4층의 팔각정은 사방에서 쏘아대는 화려한 조명 속에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침오정 옆으로 떠오른 보름달이 사천을 대표하는 8경 중 하나라고 하지만 침오정만으로도 행인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계단을 따라 4층까지 단숨에 올랐다. 천장과 추녀 아래, 노랗고 빨갛고 파란 연꽃 문양 단청의 선명한 빛깔이 곱디도 고왔다. 어둠이 짙어서인지 색깔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아래로는 사천읍이 내려다보였다. 휘황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대도시의 밤풍경과는 다른 고요하고 평화로운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불야성 이룬 새벽의 항구 새벽녘 삼천포항의 수협 위판장은 경매가 한창이었다. 대낮처럼 밝은 조명 아래 둥그렇고 빨간 고무대야와 노란색 통 안에는 넓적한 광어와 힘 좋아 보이는 우럭, 생김새가 징그러운 물메기, 꿈틀거리는 문어와 오징어 등 막 항구에 도착한 배에서 내온 갖가지 싱싱한 활어들이 힘차게 퍼덕거리고 있었다. 고깃배 선장이 적당한 무게로 물고기를 통에 담아내면 옆으로 늘어선 어부들은 통을 옮겨 손수레에 쌓는다. 몇 마리 되지 않아 보이지만 물고기가 큰 탓인지 통은 꽤나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팔뚝 튼실한 젊은 어부들의 빠른 손놀림에 배 한 척에서의 작업은 채 10여 분을 넘지 않았다. “추분데(추운데) 고생스럽게 새벽부터 와 나왔습니꺼.” 활어 통을 나르던 젊은 어부가 갑자기 새벽바람이 차가워졌다며 툴툴거리며 말을 건넨다. 이마에는 차가운 날씨가 무색하게 땀방울이 고여 있었다. “요새는 물메기하고, 우럭, 광어 이란 것들이 많이 잡힙니더. 새벽 3시 반부터 경매가 시작되는데 잡어부터 경매하고, 다음에는 활어를 하고. 오전 10시에 경매가 또 한 차례 있습니더.” 새벽의 위판장은 최근 오징어, 고등어 등 위판량의 급증으로 활기를 되찾은 삼천포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동이 터 올 무렵 집으로, 인근 포장마차로 향하는 경매인과 선주, 어부들 모두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한껏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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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곳

남일대 코끼리 바위 사천의 동쪽 바닷가 남일대해수욕장 인근의 코끼리 바위는 마치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늘어뜨리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보인다. 남일대해수욕장을 지나 해안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뒤로 코끼리 바위를 볼 수 있다. 신라말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은 이곳을 남녘땅에서 제일의 경치라 하여 ‘남일대(南逸臺)’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비토섬 갯벌 비토섬 동쪽으로는 월등도, 토끼섬, 거북섬, 목섬 등이 있는데 토끼와 거북이,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비토섬 갯벌은 봄부터 가을까지 자연생태 체험관광지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사천이나 삼천포에서 가자면 최근에 개통된 사천대교를 건너 서포면사무소에서 좌회전해 이정표를 따라가면 닿는다.


대방진굴항 조선시대에 왜구의 침략에 대비해 만든 인조 항구로 당시 상비군 300명과 전함 2척을 상주시켰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은 이곳에 거북선을 숨겨두고 병선에 굴이 달라붙지 않도록 굴항의 물을 민물로 채웠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진 굴항의 잔잔한 물 위에는 작은 어선들이 있고, 둘레로 푸른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 좋다. 삼천포 대교 동쪽의 대방횟집단지 인근에 있다.


백천사 약사와불 백천사는 길이 12m, 높이 3.75m, 두께 2~3m의 국내 최대의 약사여래와불이 모셔진 곳이다. 소나무를 깎아 만들었다는 이 약사와불은 2001년에 공개된 것으로 등 쪽에 만들어진 문을 열면 20㎡의 몸속법당이 설치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황금빛 화려한 부처와 12신장상의 부도 등이 내부에 있다.


세종과 단종의 태실지 곤명면 은사리에는 조선시대 세종대왕과 그의 애손인 단종의 태를 안치했던 곳이 있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땅이라 하여 이곳에 태실지를 정했으나 임진왜란 때 세종의 태실지는 파괴되었고, 일제 때는 태실을 경기도 양주로 옮겼다. 현재 세종의 태실지는 민간인의 묘지로 변하고 태실비와 기타 석물 등이 남아있다. 한편 규모가 작은 단종의 태실지는 임진왜란 때 다행히 화를 면했다.


보안암 석굴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안암은 다솔사에 딸린 암자로 석굴 안에는 돌로 쪼아 만든 석가모니의 좌상이 안치되어 있고, 좌상 뒤 좌우에는 아주 작은 돌로 쪼아 만든 16구의 나한상이 배치되어 있다. 다솔사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완만한 경사를 천천히 오르며 산책하기 좋다.


선진리성 이순이 장군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출전시켜 왜선 13척을 함몰시켜 승전을 거둔 곳으로 인근에 조명군총과 귀무덤 등이 있다. 4월이면 1000여 그루에 달하는 벚나무의 꽃이 만개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사천에서 삼천포 방향으로 3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사남면사무소 인근에서 우회전하면 닿는다.


와룡산 높고 낮은 봉우리가 99개로 형성되어 ‘구구연화봉’이라는 이름으로도 전해지는 산으로 높이는 798m이다.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경치와 기묘한 형상의 기암괴석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특히 5월 철쭉 철에는 진홍색의 화려함이 극에 달한다. 사천과 삼천포의 중간에 있다. 등산코스 ① 남양동사무소→감룡사→도암재→새섬바위→민재봉(3시간) ② 남양관광안내소→백운골주차장→백천재→민재봉(2시간40분) ③ 와룡마을→도암재→새섬바위→민재봉(2시간) ④ 와룡마을→거북바위→병풍바위→민재봉(2시간) ⑤ 사남진분계→민재봉(1시간 30분) ⑥ 용현신기→안점봉화대→선바위→명지재→백천재→민재봉→병풍바위→거북바위→용두(6시간) ※ 11월 1일~5월 15일에는 ①,②번 코스만 개방 비자나무 수령 300년의 비자나무 두 그루는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제287호)이다. 한 그루는 높이 21m, 둘레 5m, 다른 하나는 10여 년 전 줄기가 꺾여 현재 높이가 약 10m이다.

특산품

해산물 항구도시의 특성상 해산물이 지천이다. 값싸고 맛있는 멸치, 쥐치포, 학꽁치포, 명태포, 화어 등이 인기 있는 품목이며 광어, 도다리, 돔 등 싱싱한 생선회와 향긋하고 구수한 백합죽은 기본이다.

사천단감 색상이 곱고 질이 연하며 당도가 높은 사천단감은 지난해 해외 수출 100만 달러를 달성한 ‘효자작목’이다. 특히 정동면 고읍마을에서 생산되는 단감은 토질이 비옥하고, 감나무의 성장에 꼭 필요한 일조량이 적절해 다른 지역보다 당도가 훨씬 높다. 고읍단감마을은 숙식시설을 갖추고 단감 따기, 감잎차 및 단감잼 만들기를 비롯해 참게잡기, 곤충채집, 전통놀이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http://goeup.invil.org

유람선 관광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한려수도와 삼천포 대교, 이순신 장군의 역사 해전 현장을 돌아보는 여정이 마련되어 있다. 700명 정원, 500t 급으로 선상라운지, 객실, 편의점, 나이트클럽을 갖춘 훼밀리호와 거북선형 유람선(100인승)을 비롯한 일반 유람선이 있다. 문의 055-835-3665

훼밀리호 유람선 코스
(약 2시간, 어른 1만3000원, 초등학생 6500원) 삼천포 대교 출발→코섬→신수도→동백섬(해골바위, 백두봉, 매바위, 고래바위)→삼천포화력발전소→코끼리 바위→남일대해수욕장→삼천포항→삼천포 대교 도착 일반 유람선 코스
(약 1시간 40분, 어른 1만2000원, 초등학생 6000원) 삼천포 대교 출발→코섬→장구섬→병풍바위→상족암→삼천포화력발전소→스님바위→코끼리 바위→남일대해수욕장→삼천포항→삼천포 대교 도착

축제

사천을 대표하는 축제로는 사천항공우주엑스포(10월), 삼천포대교야경축제(8월), 사천세계타악축제(8월), 팔포전어축제(8월 상순), 와룡문화제(5월) 등이 있다. 이 중 사천항공우주엑스포는 에어쇼, 체험 및 이벤트, 전시행사, 항공대회 등으로 많은 관광객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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